은평구립도서관 사서 박치훈

나는 픽션보다는 논픽션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고생담을 좋아한다. 고생담을 읽고 있으면 지금의 나의 삶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잠이 오지 않을 때에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면 쉽게 잠이 오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군부대에선가는 병사들이 고통스러운 야간 행군을 하고 있겠지’ 라는 생각이다. 지금 내가 편안하게 누워 잠을 청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알게 되면(남의 불행을 생각하면서 나의 행복을 실감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의외로 쉽게 잠이 들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도 그러한 상대적인 행복을 느끼기 위함이었다.

제목에서 대략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저자의 강제수용소 경험담을 쓴 책이다. 그 유명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의 경험도 포함하고 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는 짧은 지면에서 다 말할 수 없다. 말한다 해도 당사자가 아니면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28명 중에 1명 정도만이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곳이라고만 해두자.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그런 곳에서 살아 돌아온 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의 이론을 창안하고 그것을 ‘로고테라피(Logotherapy)’ 라고 이름 붙였다. 로고스(LOGOS)는 ‘의미’를 뜻하는 그리스어이다.

저자는 강제수용소를 하나의 살아있는 인간 실험실로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련에 대처하는 다양한 형태의 인간들을 보았다. 어떤 사람들은 엄청난 시련에 모든 의욕을 잃고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버렸고, 어떤 사람들은 그런 곳에서 소소한 즐거움이라도 발견하면서 견뎌내는 것을 보았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나치대원의 일에 협력함으로써 자기 이익을 챙기기도 하였다. 반대로 극소수이긴 하지만, 그 와중에도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고 심지어 자기 몫의 빵을 나누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차이는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저자는 다음과 같은 ‘니체’ 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그들 간의 차이를 말한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저자의 경우에는 헤어진 아내를 기필코 다시 만나겠다는 마음(아내에 대한 사랑)이 하나의 살아갈 ‘의미’가 되었다. 시련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그 시련에 대한 다양한 태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이 쾌락을 얻거나 고통을 피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시련이 찾아와도 그 시련 속에서 살아야 할 이유(목표, 의미)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시련은 그것의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 시련이기를 멈추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내 인생의 방향은 ‘행복’이라는 목표에 지나치게 초점 맞춰져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행복 그 자체만이 최종 목표인 것처럼 말이다. 행복은 무조건 좋고 고통이나 시련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고통이라면(타인을 위한 희생 같은) ‘행복’보다 높은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