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은평구립도서관 사서 박치훈

 사서로서 업무상 책을 다루다보면 흥미를 끄는 제목의 책을 발견하게 된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혹은,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이 그런 경우이다. 영화가 유명하기 때문에 주로 전자의 제목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제는 후자이다. 영화로 먼저 보았지만 원작인 책도 읽어보고 싶었다. 영화와 책의 내용은 많은 부분이 달랐고 영화는 단지 늙은 채로 태어나 점점 어려진다는 흥미로운 아이디어(영감) 정도만 따온 듯하다.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많은 이야기를 끌어내어 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영화를 만들어 내었다.
그런데 그 아이디어라는 것이 글을 쓰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 지면에 글을 쓰면서 부터 느끼게 되었다. 어떤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떠오르지 않으면 한 줄도 쓰기 힘들었다.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났다 하기도 하고 방안을 왔다갔다 돌아다녀 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조그만 아이디어 하나가 떠오르면 그때부터 어느 정도 진전을 볼 수 있는 것 이다.
발명왕 에디슨이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 진다”는 말이다. 이 말은 ‘노력’을 강조한 말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사실 에디슨의 의도는 ‘영감’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라고 한다.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1%의 아이디어 하나를 가지고 수백 수천번 실험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그의 발명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우리는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책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경우에도 “인생 최고의 순간이 처음에,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유감이다”라는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말에 영감을 받아 집필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작가 피츠제럴드는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그럼 최악의 순간을 처음에 최고의 순간을 마지막에 배치하면 어떨까’라는 기이한 상상을 말이다. 다시 말해, 우리 인생에서 ‘늙음’이 먼저 찾아오고,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젊음’이 나중에 찾아온다면 어떨까 라는 기이한 아이디어 하나를 재료 삼아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벤자민 버튼이 정말 최고의 순간에서 죽음을 맞이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말할 수 없다. 다만, 쉽게 설명하기 힘든 묘한 여운을 남기는 엔딩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