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의 공대생 만화>

은평구립도서관 사서 김인욱

‘생애 첫 출판물이 논문이 아니라 만화책이 될 줄은 나도 몰랐습니다.’ 지난해 7월 출간된 ‘야밤의 공대생 만화’라는 책의 인사말이다. 자신을 ‘햇병아리 공대생’이라고 소개하는 저자가 대학교 커뮤니티에 올린 만화가 구성원들에게 화제가 되었고, 이내 SNS를 통해 확산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후 책으로 엮여 출판되었다. 그리고 지난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2017년 세종도서 교양부문에까지 선정되었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전국도서관 등에 보급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어린시절의 막연한 꿈을 뒤로하고 중학생이 된 후에는 만화 그려본 적도 없이, 새로운 진로를 향해 한발한발 내딛던 저자의 책 이야기이다. 2년전 3만원정도 주고 구매한 테블릿 펜을 가지고 혼자 만화를 그려 “야밤에 공대 만화를 그려보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고,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과 성원 속에 공대생의 시선으로 바라 본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꾸준하게 게시하고 있다.(2018년 2월 현재도 00대 커뮤니티에 연재 중이다.)

무엇이 이 책을 만들어낸 것일까?

궁금증에 사로잡혀 책을 보게 되었다. 만화책이라고는 하지만 사각형 네모안에 세련되고 규격화된 그림으로 나아가는 방식이 아니다. 그렇다고 만화로 된 과학책이라는 포장으로 관심을 유도하고 동심에 실망을 안겨주던 말풍선 속 어려운 단어로 메워진 과학만화책도 아니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이론의 나열이 아닌 과학자들과 과학사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풀어낸 책이었다.

펜 하나로 그린 누구나 그릴 수 있음직한 그림체와 정곡을 찌르는 인터넷의 댓글, 그리고 각 장의 말미마다 대화체로 이야기를 정리하는 그룹채팅을 구성하여 이용자의 가독성과 이해를 높여준다. 더불어 6개의 분류와 29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책의 구성은 시대와 주제를 넘나들며 현재의 우리 삶을 창초해낸 과학자들의 이야기들을 현대의 언어와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발톱자국만 봐도 사자임을 알겠다’,‘세기의 배틀이 시작된다’ 같은 재치있는 문구들과 그림, 그리고 유행어 패러디 등을 활용해 수십 혹은 수백 년 전 인물들의 이야기를 마치 지금의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며 흥미와 더불어 재미를 선사한다.

저자는 후기를 통해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고 그를 시작으로 과학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는 책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뉴턴, 빌 게이츠, 파인만, 토머스 영, 케플러, 슈뢰딩거 등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과학자들의 발견과 해석 그리고 열정을, 더불어 괴팍함과 기행 등을 ‘공대생’의 시선으로 유쾌하게 그려내며 ‘과알못(과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인 일반인들도 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려내고 있다.

컴퓨터 구조를 연구중인 저자의 다른 출판물인 논문을 읽을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깨달은 사실은 저자의 열정이 담긴 연구는 언제 어느 상황에서 나의 삶에 편의와 혁신으로 혹은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과학자들에 대한 존경과 더불어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자신의 일을 꾸준히 해나가면서도 곁의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분야를 알리는 모습의 저자에게도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