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은평구립도서관 사서 김인욱

6월은 4년마다 돌아오는 지역의 일꾼들을 직접 선출하는 선거가 있는 달이다. 과연 우리는 지금 터전으로 삼고 있는 공간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정치인들이 공약하는 더 나은 도시를 위해 공간을 고민하며, 기획하고 만들어온 사람들 ‘도시계획 전문가’의 시선으로 많은 이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서울이라는 공간에 대하여 풀어내 책을 추천하고자 한다. ‘서울 격동의 50년과 나의 증언’ 이라는 부제가 붙은 손정목 선생의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이다.

2016년 작고한 손정목 선생은 생전 ‘살아있는 서울시의 역사’로 불리우던 인물이다. 서울시 도시계획의 중심인물이자 증인이었던 그는 1951년 고등고시에 합격하여 공직생활을 시작하였으며, 50여년간 서울에서 중앙도시계획위원 및 서울시립대 교수,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 위원장등을 역임하였다. 1996년 집필을 시작하여 2003년 5권으로 발간된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는 강남 등 서울과 관련된 책을 제작할 때 한 번 이상은 참고해봐야 하는 이른바 메타데이터로 평가 받고 있다.

“이 이야기는 나의 증언일 뿐 아니라 ‘유서’의 성격을 지닌다. 그리고 이야기의 형식을 빌려 비교적 재미있게 써내려갈 생각이기는 하나 그 본질은 학술논문임을 밝혀둔다”

그는 책 속의 이야기들이 비화나 이면사가 아닌 신문기사 혹은 사사(社史),구지(區誌),시사(市史)등에 기재된 이야기이며 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지적되고 논의된 이야기임을 밝히고 있다. 더불어 기록이 제대로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누군가 체계화하여 그 옳고 그름이 검증되어야 하는 이유로 당사자들이 건강하게 살아있을 때 발표한다는 당위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1950년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부터 시작을 한다. 서울이라는 공간 구석구석의 이야기를 주요사건과 인물들을 중심으로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전후 복구계획, 세운상가, 경부고속도로, 능동 골프장, 을지로 롯데타운, 독립문 이전, 여의도개발, 청계천 복개, 남산까지 누구나 알고 있고 들어봄직한 서울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편안하게 풀어낸다.

예를 들면 20세기 전반 걸출한 사업가를 소개한 ‘박흥식의 남서울 신도시계획안 전말’ 편에서는 1930년대 불광-수색에 민간주도의 신도시를 건설하고, 종로네거리까지 지하철을 연결하는 신도시계획안과 관련하여 화신기업 사사(社史)를 바탕으로 총독부와 박흥식의 협의 현항을 기술하고 더불어 50년대에 그 도면을 실제 목격한 이의 증언을 덧붙이며 이야기의 흥미를 돋궈준다.

초대 서울시도시계획과장이었던 장훈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삶의 아이러니도 느낄 수 있다. 그는 1996년 자료수집을 위해 한국전쟁 중에 서울의 복구계획을 세웠던 이를 수소문한다. 와중에 자신이 6-70년대 사업 용역을 맡기며 갑과 을의 입장에서 마주했던 민간업체 대표가 초대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으로 전후 복구계획을 총괄하고 실행했던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그 과정에서 나, 손정목 같은 무례하고 방자한 젊은이로부터 적지 않은 수모도 겪었음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기술하며 자신의 삶의 모습을 반추하는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만년의 그는 후학을 길러낸 서울시립대 중앙도서관에 자신의 자료와 책들을 기증하여 손정목문고를 만들고, 연구를 진행하며 청백리 삶의 모습의 본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수십년 이라는 기간동안 압축성장한 서울이라는 공간을 보다 세심히 알기 위해, 혹은 지혜로운 어른이 남긴 삶과 공간에 대한 애정을 느껴보기 위하여 시대와 공간 그리고 사람을 기록한 이 책을 추천한다.

- 도서관 청구기호 911.6은 서울역사 카테고리이다.

- 같이 읽을 책으로 역사학자 전우용의 「서울은 깊다」, 지리학자 임동근의 「메트로 폴리스 서울의 탄생」, 건축가 정기용의 「서울이야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