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6-26 오후 4:17:00 | 최종수정 2018-06-26 16:17
<언어의 온도> -이기주 지음 은평구립도서관 사서 박치훈
요즘 유튜브에 재미를 느껴 이것저것 검색하여 보다보면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지는 ‘대정부 질문’의 발췌 영상을 볼 때가 있다. 과연 저런 수준의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이 우리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수준이하의 언어를 사용하는 의원들이 많다. “겐세이” “깽판” “멍텅구리” “닥치세요” 등등의 막말을 쏟아낸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기사 밑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고 품격 없는 말들을 무심코 쏟아낸다. 한국에 태어나서 한국말을 할 줄 알고 한글을 깨우쳐서 글을 쓸 줄 안다고 해서 다 같은 수준의 언어 사용자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이의 사려 깊은 말 한 마디는 실의에 빠진 타인에게 용기를 줄 수 있고, 어떤 이의 생각 없이 던지는 말 한마디는 타인의 상처를 후며 파는 결과가 될 때가 있다. 그리고 때로는 말하지 말고 침묵하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 언어는 칼과 같아서 잘 사용하면 유용하지만 때로는 사람들을 해치는 위험한 무기가 된다. 이 책 <언어의 온도>는 말과 글에 대한 글이다. 말과 글에도 온도가 있어서 용광로처럼 너무 뜨거우면 타인에게 정서적 화상(火傷)을 입히기도 하고 얼음장 같이 너무 차가운 표현도 위태롭다고 저자는 말한다. 내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온도는 몇도 쯤 일까. 나는 과연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가. 이 책을 읽고서 나의 언어생활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에는, 작가가 일상 속에서 발견한 작지 않은 의미를 담은 에피소드들도 가득하다. 작가의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일상이라는 바다에서 귀한 물고기를 건져” 올려 좋은 책 한 권을 완성해내었다고 할 수 있다.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인 만큼 솜씨 있게 다듬어낸 글의 묘미도 맛볼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이 글을 마친다. “말과 글은 머리에만 남겨지는 게 아닙니다. 가슴에도 새겨집니다. 마음 깊숙이 꽂힌 언어는 지지 않는 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