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립도서관 사서 박치훈
“아니 이 양반아 내 말은 그게 아니고”
얼마 전,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로 보이는 이용자가 나에게 한 말이다. 이용자의 질문의도를 잘못 파악한 나의 잘못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원에게 다짜고짜 반말을 하는 것은 비매너가 아닌가. 감정이 상했지만 표현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을이니까.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공도서관에서 근무하다보면 이런 비매너의 이용자들이 적잖이 있다는 것을 사서라면 누구나 경험으로 안다. 경험이 적은 여직원들은 울어버리는 것도 많이 봤다. 물론 매너 있는 이용자가 더 많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을 많이들 쓴다. 외국에서는 “손님은 언제나 옳다(The customer is always right)”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쓰는 고객이 갑이니까 왕처럼 모셔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갑질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이슈화 되고 있다. 육군대장 부인의 갑질, 피자 브랜드 회장의 갑질, 대학교수의 갑질, 백화점 고객의 갑질, 콜센터 직원에게 막말하기 등등 사례는 너무 많다.
이런 일들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다만 예전에는 그런 행동들이 이슈화 되지 않았을 뿐이다. 부유하거나 권력이 있으면 어느 정도 그래도 된다는 통념이 있는 것 같다. 신분제는 이미 100여 년 전에 붕괴되었지만 빈부, 지위, 외모, 학력 등으로 귀천을 구분하는 신분의식이 여전히 남아있다. 적폐가 아닐 수 없다.
누구나 상황에 따라서 갑이 되기도 하고 을이 되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경비원, 군인, 백화점 직원, 아르바이트생, 외국인...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귀한 부모, 형제, 자식들임을 잊지 말자
존중은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갑과 을을 떠나 상호 이루어 져야 마땅하다. 직원은 이용자에게 친절해야하고 이용자도 직원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왕도 귀족도 없다. 다 같은 인간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