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은평뉴스=장경근 기자] 부슬비가 내리는 4월의 셋째 주말 오전 10시 은평구 신사동 봉산의 무장애 숲길을 따라 편백나무숲에 올랐다. 지난주 토요일 새절역 버스정류장에서 마주한 50대 초반의 여자 방문객이 한 말이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신사동 편백나무숲에 가려고 친구들과 새절역 3번 출구 앞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마을버스 10번 종점에서 올라가면 된다면서요? 친구들을 11시 30분에 만나기로 해 우선 점심을 먹고 가려는데 새절역 근처에 갈만한 식당이 있을까요?"

동대문에서 왔다는 방문객은 일행 4명과 함께 ‘신사동에 편백나무 숲길이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체험차 왔다고 말했다.

신사동 편백나무숲은 6호선 새절역으로부터 봉산 무장애 숲길 입구까지 약 1.2㎞ 떨어진 거리에 있다. 편백나무숲을 가려면 반드시 통과하는 곳이 문학의 밤, 음악 살롱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는 ‘내를 건너 숲길 문화거리’이다. ‘내를 건너 숲으로 도서관’과 독립운동가이며 시인인 윤동주의 모교 ‘숭실고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마을버스 10번에서 내리면 바로 숭실고등학교 정문이 있고, 3~4분쯤 걸어 오르면 봉산 입구, 즉 편백나무숲으로 가는 무장애 목재 데크길과 맞닿는다. 이곳서부터 이정표를 따라 느린 걸음으로 도란도란 걸어도 30여 분이면 편백나무숲에 당도할 수 있다.

무장애 숲길을 따라 400m쯤 올라갔을 때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 86세의 여자 어르신을 만났다. "비가 내려 미끄러울 수 있으니 조심히 가세요"라고 했더니 고맙다고 미소로 답한 후 비교적 가벼운 발길로 내려간다. 봉산의 편백나무숲과 함께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편백나무숲을 향하는 700m 지점에 너른 정자마당이 펼쳐진다. 정자에 앉아 담소하고 있는 방문객들을 보면서 자연이 사람과 함께 할 때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본다.

기분 좋은 피톤치드 향과 흙냄새가 어우러진 봉산 편백나무숲에 이르니 잘 다려진 한약과도 같은 짚은 숲 냄새가 후각을 자극해 온다. 가슴 한편에 켜켜이 묵혔던 도시의 오염물질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마침 봉산 숲길을 찾은 30여 명의 마라톤 동호회원들이 느끼는 감정 역시 다르지 않은 듯 “코스를 이쪽으로 잡길 너무 잘했다”라는 말도 들린다. 건강한 모습과 편백나무 숲이 최상의 조화를 이루며 행복한 느낌이 들게 한다.

봉산 포토아이랜드에 이르니 은평구의 전망이 손에 잡힐 듯 한 눈에 들어온다. 평화롭고 은혜가 넘치는 은평답게 보이는 곳곳마다에 아름다운 사람들의 희망이 아로새겨져 있다. 

아들과 함께 다정하게 무장애 숲길을 걸어가는 여자 어르신에게 말을 걸었다. 휠체어를 밀며 내려가는 어르신의 걸음에 힘이 들어 있다. 나이를 물었더니 칼칼한 목소리로 올해 90이라며 환히 웃는다. 그 곁에서 같이 웃는 아들을 보면서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가 건강한 삶을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곧이어 중년의 부부가 유쾌하게 말하며 지나간다. "봉산에 오랜만에 왔는데 너무 좋게 해놨다! 이 꽃이 진달래야, 철쭉이야? 꽃들도 진짜 예뻐." 아내의 말에 남편이 큰 소리로 말한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자주 오자 구.” 문득문득 스치듯 지나가는 방문객의 모습에서 건강한 인생의 참모습을 볼 수 있어 좋은 기분이 생긴다.

봉산 무장애 숲길을 따라 피톤치드를 마시며 정상까지 올라가면 조선시대 주요 통신수단 봉수대가 있었던 ‘해맞이공원’에 도달한다. 해맞이공원은 3·1운동이 일어났을 때 인근 마을 주민들이 올라 독립 만세를 불렀던 의미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어 해마다 새해 첫날 주민과 관광객들이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서울에서 단 하나뿐인 무장애 치유의 편백나무숲에서 진정한 건강과 삶을 찾아 떠나는 순례객처럼 누구나 참된 기쁨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