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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 기자간담회 개최... "문학이 던진 물음, 이제 사회가 답할 차례다"
본상에 한국 현대 문학 대표 작가 현기영. 특별상에 김기창 선정
기사입력 2025-09-26 오전 10:00:00 | 최종수정 2025-09-26 10:00        

[21은평뉴스=김수정 기자] 은평구가 2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9회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문학상 본상은 현기영 작가, 특별상은 김기창 작가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26일 오전 10시 은평구 이호철 북 콘서트홀에서 진행된다.

이 문학상은 분단 문학의 거장 고(故) 이호철 선생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 그가 염원했던 통일과 평화의 가치를 문학을 통해 이어가기 위해 2017년 제정됐다. 본상은 언어와 국적에 관계없이 전 지구적 문제 극복에 기여한 작가에게 수여되며, 특별상은 국내 작가의 특정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인사말에서 “고(故) 이호철 선생님은 월남 경험을 바탕으로 분단의 아픔과 평화의 메시지를 문학 속에 담아냈다”며 “올해 본상을 수상한 현기영 작가, 특별상을 수상한 김기창 작가의 문학이 그 정신을 이어갈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본상 수상자인 현기영 작가는 '순이 삼촌'부터 '제주도오다'(2023)에 이르는 50여 년의 작품 세계를 통해 제주 4‧3 사건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해온 인물이다. 심사위원단은 “그의 문학은 피해의 서사를 넘어 화해와 연대의 서사로 확장됐으며, 분단 문학의 거장 고 이호철 선생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수상 소감에서 현 작가는 “올해로 85세가 됐지만 작가에게 정년은 없다”며 “제주4‧3사건은 제 필생의 화두이며, 앞으로도 세부적인 삶과 일화를 문학으로 담아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고통의 역사와 화해의 메시지를 함께 껴안는 문학적 태도를 강조하며, 문학의 힘이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환기했다.

특별상 수상자인 김기창 작가는 장편소설 '마산'(2024)을 통해 산업화·IMF·팬데믹을 아우르는 도시의 반세기 서사를 담아냈다. 심사위원회는 “지방 소멸과 불평등을 다룬 사회적 문제의식이 특별상 취지에 부합한다”고 했다.

김 작가는 “'마산'은 사라져가는 도시의 기억과 현실을 문학으로 기록하려 한 작품”이라며 “문학은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던져 사회가 함께 고민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 간담회 현장에서는 특별상 수상자인 김기창 작가와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본지 김수정 기자는 “작가님의 작품들 속에서는 사회적 약자와 주변부의 삶, 기후위기, 지방 소멸과 사회적 불평등 등 묵직한 주제들이 등장한다”며 “특히 '마산'의 결말을 ‘해답의 공간이 아니라 질문의 공간’으로 남긴 부분은,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자리로 독자를 초대하는 문학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마산이라는 도시에 다시 삶의 불꽃이 가득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셨는지, 또 그것이 우리 사회의 공공적 시선과 어떻게 맞닿아 있기를 바라시는지”라고 물었다. 이 질문은 문학을 단순히 미학의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지방 소멸이라는 현실을 비추는 창이자, 지역 불평등과 공동체 해체라는 사회적 과제를 환기하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마산’이 보여주는 지역 붕괴의 서사는 곧 지역 청년 정책 실패, 수도권 집중, 공동체의 약화라는 현실적 과제와 연결되며, 이는 오늘날 사회복지 담론 속에서 반드시 다뤄져야 할 중요한 문제로 자리한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지방 소멸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전체 구조적 문제”라며 “청년들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지역의 일자리·교육·사회적 기반이 무너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독자들에게 ‘왜 이들이 떠날 수밖에없었는가’라는 질문을 함께 고민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었다”며 “이 문제를 외면한다면 문학 속 이야기로만 남지 않고, 현실의 비극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마산'은 지역사회의 붕괴를 단순한 도시 서사가 아니라 인간적 고통으로 그려내려 했다”며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은 해결책을 직접 제시하기보다,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9회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은 단순히 문학적 성취를 기리는 자리가 아니라, 분단과 전쟁, 제주 4‧3 사건 같은 현대사의 아픔을 되새기며 통일, 통합의 의미와 사회적 치유를 함께 묻는 장(場)이었다. 현기영 작가가 일생을 바쳐 증언한 현대사의 아픔과 김기창 작가가 작품으로 포착한 시대의 어두운 이면은,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상처를 문학의 언어로 다시 불러낸다.

통일이 지향하는 화해와 통합의 정신은 곧 사회복지의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문학이 던진 물음에 이제 사회가 답할 차례다.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갈등을 넘어 평화로 나아가는 과정이 곧 통일의 길임을 이번 수상자들의 목소리가 일깨워준다. 고(故)이호철 선생의 정신처럼, 이번 수상자들의 목소리가 더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연대의 언어로 닿기를 기대한다.

한편, 제9회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 시상식은 26일 오전 10시 은평구 이호철 북 콘서트홀에서 개최되며, 이후 ‘수상 작가와의 만남’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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