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司書)의 북토크                          
<후불제 민주주의>                                   
       은평구립도서관 사서 박치훈

2013년에 영화 <변호인>이 개봉하였다. 이 영화의 법정씬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는, 국가가 무엇인지도 모르냐는 질문을 받고서 다음과 같이 열변을 토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이 장면에서 송강호는 실제처럼 눈물을 글썽이며 긴 대사를 속사포처럼 쏟아내었다. 송강호의 연기력이 빛나는 장면이었다.
그전에는 몰랐다. 국가란 국민이라는 것을. 평소 헌법에 대하여 무지했던 내가 헌법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되는 영화였다. 그리고 2017년 3월, 그 헌법의 위엄을 재확인하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책 <후불제 민주주의>는 앞서 말한 영화와 사건 이전인 2009년에 나온 책으로서 헌법에 관한 에세이 모음집이다. 그런데 제목이 이상하다. 후불제 민주주의... 민주주의인데 왜 후불제인가?
저자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넣은 일종의 ‘후불제(後佛制) 헌법’이었고 그 ‘후불제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값을 치러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였다.”,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독립지사들의 희생과 헌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60여 년 동안 꾸준히 그 비용을 ‘후불’했다.”
저자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마치 예견한 것처럼, 우리는 지난 겨울에 그 비용을 또 지불해야만 했다. 앞으로도 더 지불해 나가야 할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한 대로라면 민주주의는 공짜가 아니니까.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행복추구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 등의 불가침적 기본적 인권이 사실은 누군가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일깨워 준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지만 우리 자신이 주인임을 잊고 산다. 대한민국의 주권을 가진 주인(혹은 국민)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