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제: 현대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은평구립도서관 사서 박치훈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1시간의 가격이 1000만원이라면 하루는 2억4000만원일 것이고, 1년은 약 880억원 정도의 금액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재벌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재벌이라면 1년에 880억원 정도는 벌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돈을 벌어서 시간을 계속 저축해 놓으면 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돈을 지불하더라도 돈으로 시간을 살 수는 없다. 나도, 재벌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벽시계의 초침은, 뭐 그런 당연하고 쓸데없는 얘기를 하느냐는 듯이 아주 냉정하게 ‘째깍 째각’ 돌아가고 있다. 우리 삶의 시계도 그렇게 끝을 향해 아주 냉정하게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삶의 시간이 언젠가 끝나고 만다는 이런 냉정한 진실을 바닥에 깔고 시작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이 책의 제목에서 부터 그 냉정함이 느껴진다. 영어 원제 'Being Mortal'은 더 더욱 그렇다. 직역하면 ‘죽을 운명을 가진 존재’로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예외 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인생의 한 순간 한 순간이 소중한 시간일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인생의 소중한 시간, 그 가운데서도 얼마 남지 않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 ‘아툴 가완디’는 의사로서 삶의 마지막 단계에 이른 노인과 말기 질환 환자들의 생활을 여러 사례를 들어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노화는 아주 기본적인 문제(옷입기, 화장실 가기 같은) 조차 스스로 하지 못하게 만듦으로써 사람을 매우 비참하게 만들었고, 말기의 질환은 ‘온 세상이 고통으로 가득차 있어 보이게’ 할 만큼 그들을 괴롭혔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이 “마지막 순간을 진정으로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저 끝이 있다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마지막으로 남은 몇 가지 선택만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바로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선택이다.
조금이라도 생명을 연장시키고자 ‘연명치료’를 계속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시간을 보다 인간답게 보내고자 호스피스를 선택할 것인가. 더 나아가 안락사(혹은 존엄사)까지도 저자는 언급하고 있다. 이 선택에는 두 가지 실수의 가능성이 있다. “고통을 연장시키는 실수와 가치 있는 생명을 단축키는 실수”가 그것이다.
저자는 “노화나 질병으로 인해 심신의 능력이 쇠약해져 가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려면 종종 순수한 의학적 충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너무 깊이 개입해서 손보고, 고치고, 제어하려는 욕구를 참아야 한다는 뜻이다.” 라고 말하며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연명치료에 매달리는 것이 ‘우리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망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역시 선택은 개인의 몫일 뿐 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