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립도서관 사서 박치훈
30년 전 쯤, 그러니까 내가 아직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읽었던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하도 오래 전에 읽어서 스토리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읽으면서 울었던 것만은 분명히 기억이 난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도 그런 느낌이 날까 궁금하기도 했고 요즘 너무 무미하게 사는 것 같아서 그 때의 그 뭉클한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도 싶었다.
도서관에서 근무하다보면 이 책의 주인공 제제처럼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 이용자들도 자주 보게 되는데 어찌 그리 신기한 것도 많고 재미있는 것도 많은지 깔깔대는 표정들이 너무 귀엽다. 대여섯 살이면 도서관 근처를 떠도는 새끼 고양이에게도 친구인양 말을 걸고 길가에 지나가는 개미와도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나이다. 나도 저런 천진난만한 시절이 있었나 싶지만 분명히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지 못할 뿐...
이 책은 그 잃어버린 동심을 어른들이 다시 기억해 내도록 도와준다. 분명히 있었지만 기억 속에서 사라진, 동화의 나라에 살던 그 시절 우리의 마음을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동화의 나라와 작별을 하게 되었는지 까지도 기억나게 할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니, 이 책이 이런 의미를 담은 책이었나? 할 정도로 새로웠다. 어린 시절에 읽었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작가의 은유를 어른이 되고서 다시 읽어보니 알게 되기도 하였다. 울진 않았지만 가슴 뭉클했다.
이 책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어른을 위한 책인 것 같다. 예전에는 동화나라에서 살았던 적이 있지만 나도 모르게 그 곳을 떠나게 된 우리 어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특히 어린 자녀들의 시각에서 세상을 보고 싶은 부모가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어찌 보면 아이들과 부모는 각자 다른 나라에 살고 있다. 아이들이 살고있는 동화나라를 우리의 기억에서 되살려 낼 필요가 있다.
우리들의 꼬마 시절에 말 걸어 주었고, 친구가 되어 주었고, 우리가 조금 커버린 어느 날 아쉬운 이별을 고한 아득한 기억 저편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오랜만에 만나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