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고 무료로 치료받게 해…
서울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학교전담경찰관(SPO) 박남선 경사

 “서… 서… 선생님! 제… 제… 제가 시험에 합격했어요.”
스마트폰을 울리는 A양의 목소리는 평소 어느 때와는 사뭇 달랐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정심을 잃었으며 몹시 흔들리고 있었다.
“저 대학갈 거 에요. 나처럼 어려운 아이들에게 도움 주고 싶어요.” 그녀는 숨 돌릴 틈도 없이 흥분된 목소리로 덧붙였다.
은평구에 있는 대안학교인 ‘00학교’에서 고등과정 검정고시를 준비해온 A(18세)양이 친동생처럼 자신을 돌봐준 학교전담경찰관(SPO) 박남선 경사에게 합격 소식을 알려온 건 초록이 싱그러움을 더해가던 지난 5월이였다.

“선생님! 정말 고마워요. 흑흑……”
스마트폰을 타고 들려오는 A양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박 경사에게 달려 올 것만 같았다.

 A양은 올해 5월 제1회 검정고시 고등과정 합격 소식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박남선 경사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
이 순간만은 그녀에겐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부끄러움 같은 건 문제될게 없었다. 참고 살아왔던 까닭모를 서러운 눈물이 울컥 올라왔다.
 
“그래 00야! 정말 잘 했어, 축하한다” A양의 합격을 축하하는 박 경사의 눈에도 어느새 이슬 같은 눈물이 고였다.

A양은 사랑에 푹 빠져 있을 여느 아이들과는 달리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가정폭력을 견디며 상처받으며 자란 아이였다.
안타깝게 단절된 대화, 그칠 줄 모르는 부모님의 잦은 다툼에 아버지의 외도까지…
그리고 00년 4월에는 결국 부모님은 별거를 하기 시작했고 A양의 가정은 깨어진 사기그릇처럼 풍비박산이 났다.

이때 혼자가 된 A양의 어머니는 우울증을, 중학교에 다니는 남동생은 분노조절장애라는 정신질환을 얻고 말았다.

  A양의 어머니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남동생을 돌보느라 경제 활동은 엄두조차 낼 수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별거중인 아버지가 생활비마저 끊어버려 카드사의 현금서비스를 받아가며 살아가는 A양의 삶은 하루하루가 고난의 연속이였다.

 부모님의 별거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돼 A양의 삶은 더욱 눈물로 축축하게 젖을 수밖에 없었다. 

 2015년 3월 A양은 00여고 1학년에 입학하자마자 바로 자퇴했다.
“자퇴서를 내던 날 얼굴이 퉁퉁 붓도록 울었어요.”
A양의 눈가에 촉촉한 눈물이 비쳤다.

 A양은 뉴스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학교 밖 청소년이 자신이란걸 깨닫자 미쳐 버릴것만 같았다.
또래 위기 청소년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면서 어두운 공원을 찾아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어른들의 행동을 흉내냈다.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어느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일탈은 A양을 자꾸만 깊을 수렁으로 빠뜨렸다.

 지난해 9월에는 SNS상에서 만났던 또래 가출청소년들과 어울려 어른들의 행동을 흉내 내며 공원에서 술을 마시다가 경찰에게 붙잡혔는데 함께 어울렸던 가출청소년이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부정사용하는 바람에 서울서부경찰서 선도심사위원회에 넘겨져 함께 즉결심판 처분까지 받았다.

“저는 그때 얼마나 후회하고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저 자신에 대한 원망과 세상에 대한 분노 때문에요. 흑흑……”

“천사표 경찰이 있다면 바로 서울서부경찰서 박남선 선생님일겁니다.” A양은 박 경사를 자랑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 3월 페이스북을 통해 저를 구해준 건 박남선 선생님이였어요.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이유 없는 눈물이 나요.”
“저를 공부할 수 있게 대안학교인 00학교를 소개해 주고 입시 명문 보습학원에 연계해서 대입과정을 무료로 수강하게 해 주셨어요. 분노조절장애를 무료로 치료 받을 수 있도록 해 준 것도 모두 박남선 선생님이 했어요.  또  모범청소년 장학금도 받게 해 주고요.”

 A양은 가을 햇살처럼 따스하게 웃었다. 그리곤 힘주어 말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저와 같이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싶어요. 사회복지사 같은 거요.”
박 경사의 얼굴에도 살포시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는 A양이 반드시 사회복지사가 될 거라는 응원의 미소인 듯 했다.

‘17년 상반기 서울경찰청 학교전담경찰관(SPO) 활동 1위 수상자인 박 경사는 몇 년 뒤 사회복지사가 된 A양의 모습을 그리는 듯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웃었다. A양의 합격통보 전화를 받았던 그날처럼……